이유식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여다보게 되는 게 아마 '오늘 몇 그램 먹었나'일 겁니다. 베이비타임에 기록하는 거... 엄마들은 다들 아시죠? 저도 첫째 때는 스푼 하나하나가 다 신경 쓰였습니다. 육아책에 나온 기준량보다 조금만 적게 먹어도 뭔가 잘못된 것 같고, 체중이 또래보다 조금 덜 느는 것 같으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. 그런데 둘째를 키우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. 기준량은 참고용일 뿐, 우리 아이 속도가 따로 있다는 걸 조금 더 빨리 받아들이게 됐습니다.
기준량보다 적게 먹을 때,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
육아책이나 이유식 관련 블로그를 보면 단계별로 권장 섭취량이 나와 있습니다. 초기에는 몇 그램, 중기에는 몇 그램 하는 식으로요. 여기 나온 그램수가 조리 전일까? 후일까? 에 대한 것까지 꽂혀서 머리 쥐 나는 줄 알았다는... ㅋ 처음엔 그게 지켜야 할 목표치처럼 느껴졌습니다. 그래서 아이가 그 양에 못 미치면 '오늘도 부족하게 먹었다'는 생각이 들었고,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다 보면 아이도 지치고 저도 지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.
체중이 잘 안 느는 것 같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. 성장 곡선 그래프를 보면서 '우리 애는 왜 이쪽에 있지' 싶었는데, 나중에 알고 보니 성장 곡선은 어디에 위치하느냐보다 꾸준히 자기 곡선을 따라 올라가고 있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. 그걸 알고 나서야 숫자에 덜 집착하게 됐습니다. 베이비타임이 어쩔 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가도 어쩔 때는 너무 나 자신을 몰아 세우게 되는 장치가 되는 것 같아요.
메뉴와 질감을 바꿨더니 달라지더라고요
양이 늘지 않을 때 시도해본 방법 중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건 이유식 메뉴나 질감을 바꿔보는 것이었습니다. 같은 재료라도 더 곱게 갈아주거나 반대로 조금 덩어리감을 살려봤을 때 반응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. 굉장히 단순하고 당연한 이치인데 이걸 왜 몰랐던 건지... 아이마다 좋아하는 질감이 다른 것 같았고, 새로운 맛에 갑자기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.
첫째 때는 이유식을 잘 안 먹는 날이면 뭔가 내가 잘못 만든 건 아닐까 싶어서 레시피를 자꾸 바꿔봤는데, 사실 그것보다는 그날그날 아이의 컨디션이나 배고픔 정도가 더 큰 변수였던 것 같습니다. 어제는 잘 먹었는데 오늘은 안 먹는 게 당연한 일이었던 거죠. 그리고 파프리카! 솔직히 저도 그걸 매일 먹으라고 하면 ㅋㅋ 잘 안 먹을 수 밖에 없겠죠? 왜 재료 하나하나 잘 먹어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~ 그걸 받아들이는 데 첫째 때는 꽤 오래 걸렸습니다.
둘째라서 여유로운 건지, 비교가 되는 건지
둘째를 키우면서는 확실히 첫째 때보다 이유식 양에 덜 집착하게 됐습니다. 한 번 경험해봤으니 '이 시기도 지나가겠지' 하는 마음이 생긴 것도 있고, 첫째가 그때 그렇게 조금 먹던 것도 결국 잘 컸으니까요. 그런데 완전히 여유롭냐?!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. 가끔 첫째 때 이맘때는 어땠지 하고 비교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거든요.
둘째가 첫째보다 이유식을 적게 먹는 날이 많았는데, 그럴 때마다 '첫째는 이 시기에 이만큼은 먹었던 것 같은데' 하는 생각이 슬며시 올라왔습니다. 남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데 정작 같은 집 첫째와 비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는 겁니다. 그러면서 깨달은 게, 조급함은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인식하고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거라는 점이었습니다. 근데 둘째는 정~말 안 먹었습니다. 둘째가 잘 먹게 된 계기는 바로 간! 소금간이었습니다. 간을 오픈하니 잘 먹더라구요... 휴~ 둘째는 모든 빠르다는 게 이렇게도 되네요.
이유식 양은 매일 들쭉날쭉할 수 있습니다. 오늘 적게 먹었다고 내일도 적게 먹는 건 아니고, 이번 주 잘 안 먹었다고 다음 주도 그런 건 아닙니다.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따라가면서 천천히 맞춰가는 것, 그게 가장 좋은 이유식 속도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. 완벽하게 조급하지 않기는 어렵더라도, 그 마음을 목표로 두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. 😊
